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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건축 처돌이, 12 최상도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yonsei.ac.kr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손에 든 음식까지 독일 현지 적응 100% 완료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베를린 예술대학교 (UdK Berlin)에서 건축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상도입니다.

2014년에 연세대학교 12학번 편입생으로 들어와 건축 공부를 시작했고요, 2019년 학부 졸업 후에 독일 베를린에 와서 현재 공부를 더 이어나가고 있고, 건축사무소에서 학생 직원 신분으로 실무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편입하기 전에는 어떤 공부를 하셨었나요

공군사관학교를 2년간 다니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이후에 공군 부사관으로 2년간 근무하며 편입 준비를 했습니다.


진로가 정말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네요. 왜 건축과를 오게 된 거죠.

고등학교 때 공군사관학교에 가기 위해서 이과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제가 좋아하거나 흥미를 가지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제 성향은 ‘문과를 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편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그동안 공부해왔던 수학/과학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준비해야 했어요. 대신, 전공이 최대한 문과적 성향에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했죠. 당시에 연세대학교가 수학, 과학으로 편입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건축과에서는 공학 외에도 문화, 역사, 예술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원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온 이후엔 어땠어요?

2학년 건축설계 1 수업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여러 가지로 이상했어요. 매 시간 과제가 주어지고 무언가를 해 가야 하는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다들 비슷했겠지만, 저는 더더욱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것 같아요. 다른 편입생 혹은 재학생 친구들은 원래 건축설계를 전공하던 친구들 이여서 그런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시작하는데 저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뭔가를 꾸역꾸역 해 갔던 것 같은데, 크리틱을 받을 정도의 수준도 못되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지고 방황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결과를 알고 보니 더 궁금하네요. 방황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중앙동아리 활동을 하며 보냈어요. 다른 과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했거든요. IYC라는 동아리를 1년간 하면서는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이랑 어울려 지냈고, 이후엔 연세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동아리 활동을 2년 정도 했어요. 연극동아리에 가보니 저처럼 방황하는 친구들이 잔뜩 모여 있더라고요. 경영학과를 다니지만 문학에 빠져 산다거나 취업이나 미래에는 별 관심 없고 현재를 사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랬어요. 학교 설계수업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과제만 겨우 해가는 정도였죠.

방황하는 사진을 남겨둔 사람이 있다? / 사실 내용과 무관한 독일 사진입니다.


그러던 중 설계에 다시 재미를 느낀 시간이 언젠가요

3학년 2학기 설계 주제가 연세대학교 북문에 있는 우유 처리장 건물 리노베이션이었어요.

김 OO 교수님이 저희 스튜디오를 맡으셨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건물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수업시간에 다 같이 건물을 살펴보고 건물에 대한 분석이나 느낀 점에 대해 얘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도 저는 다소 건축적이지 않은 얘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교수님이 제가 두서없이 하는 얘기들을 건축적 언어로 잘 풀어 설명해 주셨던 것 같아요.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문화 예술에 관해 관심이 더 깊어졌는데, 교수님과 많이 얘기 나누면서 건축에서도 미학적인 부분들에 집중하며 작업하는 건축가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건축에 흥미가 점점 더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 이후 점점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거군요.

네. 그렇게 자연스레 건축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니 건축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더라고요. 4학년 2학기쯤 되니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이미지나 공간으로 만들고 그걸 도면으로 그려보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법에 대한 감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재미가 생겨서 열심히 하게 됐어요.


그렇게 건축에 확신을 갖게 된 거군요.

아니요. 이걸 내가 직업으로 삼고 계속해도 될까? 같은 질문은 계속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건축과 관련되지만 조금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졸업 설계를 마치고 1년간 휴학을 하며 6개월간 부동산 관리회사에서 인턴십을 했어요. 인턴십 중반쯤 지났을 땐가, 건축설계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설계를 하면서 사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남은 6개월은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 보냈어요. 졸업하고 유럽에 가서 일하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건축물과 함께 담기는 방법을 아는 편


독일로 알아본 이유도 궁금하네요

독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크게 3가지였던 것 같아요. 첫째로 독어권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건축에 관심이 많았어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세 나라에서는 어떤 공통점 같은 게 있다고 느껴졌고 독어권 건축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 독일에서는 학업과 실무를 같이 병행할 수 있어요. 이제 막 학부 마쳤는데 또 바로 이어서 공부만 하기보다는 학업과 실무를 같이 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마지막으로는 독일에는 건축학 석사과정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DAAD)가 있어서 경제적 독립도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장학금이 대부분 나오나요?

1년에 한 번씩 선발하는데 각 지역별로 해마다 T.O가 정해져 있어요. 장학금 지원 시 건축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저는 아시아 지역 내에 다른 국가 학생들과 함께 평가를 받아 작년에 선발되어 현재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어요. 


학비나 생활비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매 학기 내는 등록금이 300유로 정도 되는데 여기에 한 학기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도 포함되어 있어요. 사실상 거의 무료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생활비는 각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지내는 베를린의 경우에는 월세로 500-600 유로 정도 내고 있어요. 생활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다른 유럽 국가랑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정 지출은 적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구체적인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독일어는 휴학했을 당시 6개월간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B1레벨까지 끝냈어요. 건축 석사 장학금 지원 최소 기준이 독일어 B1레벨이라 기초 단계는 미리 한국에서 마치고 가고 싶었거든요. 이후 B2부터 C1까지는 독일에서 더 이어서 공부하면서 학교 지원 준비를 같이했어요.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B1까지 공부를 마치고 간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에서 맨 처음부터 배웠더라면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을 놓치고 더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포트폴리오는 장학금을 지원을 준비하려고 한국에서 끝내고 출국했어요. 장학금 요강을 보면 건축 포트폴리오는 “모든 프로젝트의 평면도/입면도/단면도/배치도, 그리고 투시도 1-2장이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고 적혀있어요. 독일에서는 건축에서 어떤 부분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독일 유학생들 포트폴리오는 어때요?

독일 건축학교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화려한 투시도보다는 건축의 가장 기본인 도면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건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도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건축 모형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결국 클래식한 도면, 모형 두 가지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돼요. 교수님들도 화려한 투시도를 권장하지 않아요.


학교는 19년에 발표가 난 걸까요

아뇨. 사실 일단 독일로 떠났어요. 보통 독일 건축학교들은 10월에 학기가 시작되는데 베를린 예술대학교는 2월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해요.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게 입학시험도 있어서 아마 빠르게 지원을 받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보통 다른 건축학교 지원은 5,6월쯤 시작해요.

무작정 나갔지만, 결국 입학을 해내고야 말았다


어떻게 보면 독일로 무작정 나간 셈이네요.  

네. 한국에서 어느 정도 독일어도 공부했으니 현지에 가서 언어를 더 배우면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석사 학업 시작 전에 잠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운 좋게 기회가 생겼어요.


어떤 기회였나요

그 무렵 국토부에서 지원하는 건축설계 해외 인재 육성사업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운이 좋게 해당 인재육성 사업에 발탁되어 독일 베를린에 있는 사무소에서 1년간 인턴십을 하게 되었어요. 브란덴부르크 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리노베이션 및 증축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일을 하면서 독일 건축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었고 부족했던 실전(?) 독일어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실무를 통해 독일 건축 언어들을 배우고 나니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공부를 하는데 훨씬 더 수월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한편으로 독일에서의 교육도 궁금하네요.

건축 교육 자체가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다니는 학교가 예술대학교이다 보니 타과 학생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에요. 예를 들면, 무대예술 디자인과 학생들과 협업을 해서 공간을 디자인해본다거나 혹은 음대 학생들과 협업해서 도시와 건축을 소리로 분석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는 수업들이 있었어요. 학교 내에서도 분야 간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모든 학과 학생들이 참여해서 수업들 함께 듣는 수업들도 있어요. 이런 부분들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이제 반년 정도 남은 셈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코로나로 첫 학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아서, 1-2학기를 더 공부해 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만나서 대화를 하고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공부를 했으면 조금 더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사실 석사 4학기는 굉장히 짧고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다시 돌이켜봐도 유학생활이 만족스럽나요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는데 문화적인 부분이나 사고하는 방식 차이에서 오는 다른 행동 방식들을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로워요. 3년 전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유학을 선택할 것 같아요.

03 전종우, 07 김수진. 독일에서 열린 미니동문회


앞으로 계속 독일에서 일을 할 계획이겠죠?

그렇죠 당분간은요. 지금으로서는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서 실무를 해 나가고 싶어요. 우선은 기본적인 실무를 먼저 더 익히고 그다음에 이직이나 혹은 한국으로 들어갈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별로 생각처럼 잘 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향성만 가지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게 준비를 잘한다는 생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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