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떠난 의사이자, 작가. 13학번 김민영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yonsei.ac.kr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이 인터뷰는 13학번 김한결 동문의 신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김한결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28살, 내 가게가 생기기까지. 13 김한결" 보러가기


13학번으로 입학했지만, 연세건축에서의 끝맺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 때 맺어진 인연들과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해오는 한 동문을 만나보았다. 의대를 진학했는데, 지금은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한 번 차근차근 함께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김민영이라고 합니다. 13학번으로 들어왔지만 전혀 다른 진로를 걷게 되었어요. 지금은 의사이자 작가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건축과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의상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세계를 온전히 추구할 힘이 그때의 저에겐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학교에 생활과학대학에 관련 학과가 있었지만 그것도 내키지는 않았던 거 같고요. 그때, 건축이 어느 정도 연결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막상 건축과에 와서는 어땠나요?

사실 처음에는 정말 실망이 많았어요. ‘왜 내 시간표를 모두 짜주는 거지?’ 제가 대학교에 가면서 기대했던 것들은 스스로 제가 받을 교육을 계획하고 느껴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모든 게 정해지는 느낌에 회의감이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학과 과정을 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네요.

마음은 힘들었는데, 사실 학과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다 잘 마쳤어요. 그래야 나중에 지금처럼 아쉬웠던 얘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잘 해내야 하는 성격이라 더 힘들기도 했겠네요.

ㅋㅋ맞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원하는 수업들로 구성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은 문화, 정치, 토론 등 많은 수업들을 계속 들었어요. 


학교 다니는 재미가 생긴 거네요

맞아요. 그런데 그 무렵 몸이 안 좋아졌고 휴학을 하게 됐어요. 처음엔 아쉬움이 있었는데 막상 쉬니까 살아오면서 계속해야 하는 숙제들이 있었는데 숙제가 없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냥 고향집에 계속 있었어요. 

사진. 2학년 시절 일본여행. 그녀는 이 무렵 잠시 첫 해외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쉬면서 진로를 바꾸기로 하셨던 걸까요

아뇨. 오히려 쉬다 보니 내 전공 수업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전공수업들을 듣기 시작했어요. 의상 관련된 수업도 들어보고 전공에서도 비슷한 수업이 있었어요. 그리고 동양&서양건축사 수업을 들으며 너무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건축을 다시 열심히 해보게 됐어요. 

건축 1학년 2학기 수업 

기초건축설계, wearable architecture 中


사실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게 된 시기가 궁금한데 물어봐도 될까요?

건축과에 온 친구들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건축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 방학 때도 쉬지 않고 공모전, 인턴 무엇인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 더 악착같이 학점을 챙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설계수업도 들었어요. 사실 설계를 할 때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다 ‘교수님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교수님께서 제 과제를 크리틱 해주시며 ‘너는 속이 텅 비어있는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들킨 거네요.

맞아요. 그때 처음으로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그 상황을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서 황급히 건축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신 거네요

건축을 하며 헤맬수록 정확한 분야로 가고 싶었어요. 답이 있는 세계로 가야 되겠다. 그래서 의대를 처음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운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서는 만족스러웠나요?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건축과가 저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결이 저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공부 자체는 새롭고 재밌었는데 그곳에서는 제가 저 다운 삶을 살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 곳에서의 어려운 생활

그 곳에서의 어려운 생활 22


새로운 곳에서도 결국 새로운 과제가 생기게 되네요.

맞아요. 이곳에는 유급제 도라는 게 있는데 그것 또한 엄청 압박으로 다가왔어요. 결국 환경이 바뀌어도 내가 바뀌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때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었고요. 


힘든 시기는 지나가셨나요

네. 그때 가족들과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니까 거짓말처럼 제가 사는 세상이 달라졌어요. 사실 세상은 똑같은데 제 자신이 달라진 거겠죠? 

힘든 시기 명상을 배웠다고 한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의사가 된 거네요.

졸업을 하게 되고, 순수미술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있고요. 

※글 말미에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을 올려두었습니다.


네. 갑자기요. 그러면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지금은 이틀 병원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작업을 하는데 집중하고 지내는 것 같아요.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느끼고 있고요. 

크..


경제적인 부분도 놓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진지하게 하고 계신 거네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도 현실감각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 균형이 마음에 들어요. 저에게 지속 가능한 힘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 앞으로의 계획은 있을까요?

지금은 좀 더 작가가 될 준비를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불안과 막막함도 같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더 응원을 해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읽어줄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음. 사실 저는 항상  확실한 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을  느끼며 학교를 다녔어요. 지금 학교를 다니던 사람들 중 저와 같은 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죠? 꼭 그분들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괜찮다고. 지금의 흐름은 아마 꼭 필요한 흐름일 거라고.


※작가 김민영의 작업 中 일부

1, 첫 번째 


2, 두 번째


3, 세번째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 50 제1공학관 D301호
M: 010-2194-2780  l  Fax : 02-365-4668
E-mail: ysarch@yonsei.ac.kr

Copyright ⓒ 연세건축 총동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