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전시 디자인을 하기까지, 08 이창현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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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날 소개하지 내 직업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08학번 이창현이고, 2016년 졸업 후 현대카드에서 짧은 직장생활을 하고 지금은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것인가

지금은 아니다. FIT라는 학교에서 2019년 8월부터 20년 12월까지 전시 디자인를 전공했다. 졸업하고 Gallagher & Associates라는 큰 규모의 전시디자인 회사에서 전시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Gallagher & Associates 살펴보기   


전시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가

우리 회사에 한정하면, 전시디자인너 외에 컨텐츠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미디어팀이 있다.

전시디자이너는 각 파트와 함께 일하는 직무이다. 우선, 컨텐츠 디자이너가 관련 정보 리서치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컨텐츠 디자이너와 스토리라인 짜고, 공간에 집어넣을 컨텐츠의 물리적인 부분 디자인한다. 다음에 그래픽 디자이너랑 디테일한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미디어팀과 전시를 외부에 알리는 일을 함께 한다.

전시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


pm은 주관하는 역할이고, 나머지가 각자 역할을 하고 있는 구조인가.

역할이 정확히 나눠져 있지는 않다. 4개 팀이 완전 밀착되어서 협업을 한다. 이 회사 구조인지 업계의 성향인지는 모르겠다. 단독으로 디자인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이 구조가 참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부분을 진행한다고 손을 놓지 않는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상의한다 매일매일.


회사 생활을 하다 유학을 갔다. 첫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현대카드 브랜드팀에서 쿠킹라이브러리 등 공간프로젝트 진행 했다. 건축가/디자이너가 공간을 구성한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갈 컨텐츠 리서치, 그리고 기획하는 일을 했다.


졸업할 때부터 전시 관련된 일을 하고싶던 건가

졸업할 때는 전시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있는지도 몰랐다. 뒤늦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현대카드에서 만든 공간이 좋아서 인턴 지원하게 됐다. 그리고 인턴으로 일을 해보니 월급이 탐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대로 현대카드로 마음을 굳힌 거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결국 설계도 내려 둔 것은 아니었다. 더 나은 설계사무소나 디자인 회사를 찾았다. 건축사무소도 30군데정도 지원도 했다. 전부 해외로. 헤르조그나 BIG, 심지어 nendo까지 지원했다.

그런데 해외 나갈 때, 낮은 연봉을 감수하는 것이 싫었다. 당장 내가 월급 이만큼 받을 수 있는데 대학 5년 인턴 1년하고서 또 돈 엄청 적게 받으면서 일을 하라니.


하지만 결국 결국 퇴사 후 유학을 갔다.
돈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나.

돈은 달콤했다. 처음 일할 때는 이 공간프로젝트의 일부가 되어 같이 일 한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그 마음은 퇴사 직전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대기업 특성상 부서별로 역할이 나뉘다 보니까 디테일한 디자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디자인은 디자인팀에서 진행하고 그걸 검수하는 거에 그치게 되더라.

그가 전시로 넘어온 이유


유학 갈 때 타겟팅 했던 학교들을 알려달라.

미국은 파슨스, 프랫, 콜럼비아, SVA 등등 근데 전시디자인 없었다. 워싱턴에 Corcoran School of the Arts and Design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출신이 전시 쪽으로 많이 오더라. 전공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영국이나 독일도 괜찮아 보임 영국이나 독일에 괜찮은 전시디자인 회사들이 많더라.

그가 알아보았던 학교 [제목을 누르면 홈페이지 접속]

 파슨스 Parsons School of Design 살펴보기

 Corcoran School of the Arts and Design 살펴보기

 프랫 Pratt Institute 살펴보기

 콜롬비아  Colombia University in the city of NewYork 살펴보기

 SVA School of Visual Arts 살펴보기


유학생 시절에는 뭐가 제일 좋았나

건축과로 진학할 때는 그냥 막연히 수학을 잘하고 만들기 좋아해서 건축과를 갔다. 근데 유학은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서 결정하고 배우기 시작한 거였다. 배우는 동안 모든 것이 새롭고 너무 와닿았다.

그런데 졸업시기에 코로나가 터졌는데

그렇다. 다시 생각해도 지옥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천국이 되어 돌아왔다.


졸업을 앞둔 시점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 줄 수 있나

대학원 졸업전시가 있었다. 소심한 관종으로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럭키펀치가 될 줄은 몰랐다. 전시 발표 이후 인터뷰 오퍼를 15개정도 받았다. 학교에서 역대 인터뷰 오퍼를 그렇게 많이 받은 적이 없다더라. 이전에는 졸업생 통틀어서 10개정도. 근데 나 혼자 15개 독식했다. 아. 그만할까?


아니다. 계속 이야기 해봐라. 듣고 있겠다.

그래서 난 몸이 하나인 게 아쉬운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근데 코로나가 터졌다.

인터뷰를 진행 한 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고, 인터뷰가 예정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기 시작했다. 분명 3월초에 지금 회사와 계약하기로 했다. 그런데 계약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뉴욕에서 방을 빼고 뉴저지 친지 집에 들어가서 존버를 시작했다.


당시 미국 상황은 어땠나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졸업한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회사에서 해고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많았다. 서바이벌이었지 다들 취업얘기만 하면 우울했고 진짜 무슨 생각이 안나는 시기였다.

되겠지 - 안될거야 이 생각이 하루 종일 반복되더라. 이렇게 아메리칸 드림 끝나는구나 싶었다. 심지어 퇴사를 괜히 했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어떻게 취업이 된 건가?

그러면서도 지금 회사에 메일 계속 보냈다. 전화도 했다. 구질구질하지만 절박했다. 내가 인터뷰를 정말 최선을 다해서 봤는데, 인터뷰를 했던 디자이너가 날 본사에 잘 이야기 해줬더라. 결국 인사팀에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아줬다. 정말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다 상황이 조금 나아질 때쯤 결국 채용됐다.


새옹지마 아닌가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뀌고, 가까스로 다시 천국으로 돌아왔다. 결국 지금은 비자도 받을 수 있어서 마음이 평안한 상태이다. 설레발=필패 공식이 적용될 뻔 했다.


지금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입사 후 지금까지 재택 중이다. 상사를 한 번도 만난적이 없다. 오직 zoom으로만 만나서 일하고 있다. 잠옷바지 입고 일한지 1년이 넘었다.

zoom으로 보면 요런 너낌


적응하는데 어려웠을 텐데?

내가 나름대로 적응력의 상징이다. 회사에서 경력이 적은 직원들 중 한 명을 선정해서 rookie of the year라고 신인상 같은 걸 준다.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렇다. 이번주에 나 rookie of the year 상을 받았다. 보너스도 같이.

 

전시분야에 건축학과 출신은 많은 편인가

적당히 있다. 많은 분야 출신이 섞여있더라.

*Gallagher & Associates 구성원 전공


ㅇㅋ. 거긴 연봉 수준이 어떤가

어느 직종이나 디자이너들은 45,000$가 최저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근데 전시 쪽에서 대학원 졸업하면 55,000$에서 65,000$정도 받는다고 보면 될 거 같다. 난 거기에 현대카드 경력 인정해줘서 조금 더.


최근 진행하는 프로젝트 소개해줄 수 있나

지금은 2023년에 오픈 예정인 fossil park museum을 만들고 있다. 남부 뉴저지에 방문자들이 화석을 캘 수 있는 공원이 있다. 이 박물관은 그 옆에 신설되는 자연사 미술관인 샘이다.

클라이언트는 '공룡의 죽음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가'의 저자, 지질학자이다. 그냥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에는 공룡을 전시하고 해부학적으로 설명한다. 그에 반해 이 프로젝트는 공룡 사이에서 물고물리는 관계를 스토리에 담아내서 재현하려 하는 전시인 점이 인상적이다.



어느새 마지막이다. 전시분야에 관심있는 누군가에게 해줄 말이 좀 있나

크게 관심이 있을까 싶다. 이 분야가 있다는 걸 알까.

보통 이름만 듣고 잘못된 기대를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더라. 본인이 어떤 전시를 디자인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전시도 너무 다양하더라. 누군가는 갤러리 전시를 생각할테고 누군가는 박물관 같은 전시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team lab같이 미디어를 통한 몰입전시도 많이 기획을 하더라.


결국 가장 좋아하는 전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전시를 보는 것부터 누가 디자인했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 유학을 고려한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전시를 많이 다루는 학교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결국 주제에 맞는 컨텐츠를 찾고 계속 파고 들어야 하는 분야더라. 호기심이 없으면 금방 지치게 되는 것 같다. 약간 금사빠들이 잘하는 거 같기도 하고.


좋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학교에도 멘토링이 있으면 좋겠다. 학교는 건축과니까 건축을 가르치는 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 외적으로 건축을 졸업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르쳐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그게 멘토링이고. 조금 가볍게 어떤 진로가 있을지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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