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를 다니는 건설인, 08 박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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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증 촬영 전문가의 자태


자기소개 부탁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건설팀에서 근무하는 박현승입니다.


졸업 후에 바로 삼성전자로 취직하신 건가요?

삼성전자에서 일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올해 7월에 이직을 했어요. 대학교 다닐 때 이것저것 하기도 했고, 2년 정도는 동업자와 함께 가방 브랜드 창업을 해서 운영했어요. 그러다 13년도에 1년 정도 늦게 졸업을 한 후, 병역을 이행하기 위해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했어요. 3개월 훈련을 받고 3년 근무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복무 기간이 길어 다소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이죠.

 

아빠의 캠퍼스 라이프


첫 사회생활은 어떻게 결정했어요?

군대 전역할 때쯤 진로를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보낸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학교 밖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취업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몇 군데 원서를 넣었고 그렇게 대우건설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창업에서 취직으로 마음을 바꾼 이유가 있나요?

군대에 가기 전에는 전역 후 사업을 다시 이어 나가다 잘 안될 경우 취업을 하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선배들이 취직을 힘들게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현실에 대한 긴장감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 선배들이 시기를 놓치면 취직은 힘들어진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었거든요.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업을 시작해서 내가 과연 평생 맨 땅에 박치기하듯이 살아갈 수 있나 돌이켜본 셈이죠. 거기서 전 그럴 깜냥이 아니라는 결론을 스스로 지었던 거고요.


그러면 취직을 결정하고, 원서는 어디 어디 넣었어요?

원서는 열 군데 정도 넣었던 것 같아요. 건설사는 대우건설만 지원했고, 나머지는 다 비 건축직으로 지원했어요.


그중 결국 건설사를 가게 됐네요. 

최종 합격은 두 곳이었어요. 그런데 그중 한 곳은 제가 지원했던 직무를 임의로 바꾸겠다 하더라고요. 결국 입사를 포기하게 되었고, 후순위였던 대우건설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건설사를 1개만 지원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뭐였어요? 어쩌면 바라던 회사 생활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라던 회사 생활이 있기보다는 건설사를 기피하고 싶은 마음이 좀 컸던 것 같아요. 당시에 제 주변에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대학교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그것을 고르고 싶었어요. 


직접 건설사에 가게 되었잖아요. 건설사 생활을 하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건설사에 빠르게 적응하고 잘 다니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저한테 맞는 곳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주말 출근 등의 근무 여건, 회사의 상황, 2~3년에 한 번씩 현장 순환 근무 같은 요소들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저의 현 상황과 맞물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다소 느꼈어요.


그렇게 이직을 하게 된 거네요. 다음 직장은 어디였어요?

대우를 2년 정도 다니고 하이닉스로 이직했어요. 


하이닉스로는 어떻게 이직을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있던 현장이 청주였는데 이직을 결심했을 당시 하이닉스가 공장을 짓는 현장을 차 타고 지나다 우연히 봤어요. 공장 규모가 엄청나게 큰 걸 보고 저기는 내 자리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돌아와 채용 공고를 찾아보니 때마침 건축 직렬 채용이 진행 중이었어요. 운이 좋았죠.

물론 그전부터 건설사를 다니며 건설산업구조를 파악하게 되어, 발주처 건축 담당직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게 하이닉스라는 회사로 특정된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우연이었어요. 그전까지 딱히 반도체 업계를 특정해 이직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옮긴 곳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사실 건축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인데요. 반도체 공장 신축 프로젝트 건축 담당자로서 설계사, CM, 시공사 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라고 보면 됩니다. 


옮긴 후엔 만족스러웠나요?

네 저는 뭐 만족했어요. 


어떤 부분이 좋았던 거죠?

일단 업무적으로는 공사 전반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업무다 보니, 권한이 건설사 시절보다 많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팀장님 급에서 하지만) 이것저것 설계나 공사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도 있고요. 세세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관리를 하다 보니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프로젝트 경험도 다양하게 쌓을 수 있습니다.

비업무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요소로는 성과급을 많이 주고, 워라밸도 꽤 좋은 편이었어요. 그리고 타 업체 갑질로부터 자유로워진 것도 만족감에 영향을 준다 봅니다.


4년 동안 일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거랑 아쉬운 게 궁금하네요.

만족스러운 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신축 프로젝트를 담당하다 보니 이 조직 저 조직하고 업무를 같이 할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친해진 분들도 많고, 퇴사 전에는 인허가 부서로 파견근무도 다녀왔어요.

아쉬운 건 건설사에서 살짝 더 경험을 쌓고 이쪽으로 건너왔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정도겠네요. 건설사/설계사에서 이직한 분들이 많은데 그곳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분들은 아무래도 자기만의 강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하이닉스에서 이직한 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지인이 추천하게 되어 지원 기회가 생겼던 거죠. 처음에는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이직하게 되었어요. 와이프가 이직을 고민하는 저에게 한 말이 있었어요. 옮겨도 후회, 옮기지 않아도 후회할 거면 옮기고 후회하는 게 맞다고 말이죠.


그래서 후회는 하고 있어요?ㅋㅋ

다행히 아닙니다ㅋㅋ 사실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후회하거나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태까지는 후회할 것 같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다만 이직을 할 때마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난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건 여전히 힘든 과정이네요.


요즘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 있는 일은 어떤 거예요

애기가 얼마 전에 태어나서.. 육아

으 아빠 수염 지지..


오 축하드립니다. 초보 아빠에게 육아는 어떤 생각을 갖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이직 과정에서 한 달간 쉬며 전업 육아를 해본 입장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육아 선배들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육아가 회사 다니는 것보다 힘들다는 말이 과장 섞인 투정인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이더라고요.

놀라운 부분은 힘든 부분을 상쇄하는 행복감이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보통 7시가 넘는데 애기는 8시에 자거든요. 제가 평일에 애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인데 퇴근 셔틀에서 애기 볼 생각에 설렙니다.


아무래도 행복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해야겠군요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요?

맞아요. 당분간 육아에 집중해야죠.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에게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면 뭐가 남을까?"라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모든 직장인들이 항상 갖는 고민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적응에만 신경을 쓰겠지만, 앞으로도 그래 왔고 차차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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