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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을 놓치기 싫어 패션업으로, 10 손예진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yonsei.ac.kr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sohn 브랜드 대표, 10 손예진 / sohn은 2017년 son of love로 시작한 가방브랜드이다

대표사이트 https://www.sohn-store.com 

인스타그램 @sohn.official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sohn이라는 브랜드 운영하고 있는 10학번 손예진이라고 합니다.

ⓒsohn 

sohn(손)은 직물이 물건이 되는 방식을 탐구하는 스튜디오입니다. 재료의 낭비 없는 완전한 사용을 추구함과 동시에 신선하고 매력있는 물성의 실용품을 제안합니다.

- 29CM 브랜드 소개 발췌 


sohn은 어떤 브랜드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017년 시작했던 son of love라는 브랜드가 전신이고, 처음에는 가방 브랜드로 시작했으나 점점 양말, 러그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어쩌면 스튜디오나 작업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패션 제품을 만들고 계시네요. 건축과를 나오셨는데 졸업 후 바로 브랜드를 만드신 건가요?

아니요, 졸업 후에는 원래 건축설계 쪽으로 진로를 정했어요. 가아 건축 인턴 6개월, 엑스퍼트 벤처 건축사사무소라는 BIM 회사를 7개월 다녔습니다. 그 이후에 제 첫 브랜드 son of love를 만들게 되었어요.


졸업 후 직장생활도 건축 설계 쪽에서 했는데, 어떤 계기로 패션 아이템을 만들게 되셨던 건가요

대학생 때 제 외적인 모습을 다듬어보고자 처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걸 계기로 휴학하고 3개월 정도 하퍼스 바자라는 패션잡지사 어시스턴트도 하며 관심을 이어 나갔고요. 결국 졸업할 때는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했지만 말이죠.

이게 건설현장 가는 사람의 swag?

하바스 바자 바로가기
미국의 여성 패션 잡지. 패션, 뷰티, 대중 문화에 관한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기조로 삼는다. 1867년, 몇 페이지짜리로 발행되어 미국의 첫번째 패션 잡지가 되었다.


그때 기억이 많이 좋았던 거겠죠?

음 ‘좋았다’ 라. 일단 저는 그때 패션에 관한 시야가 엄청 많이 넓어졌어요. 하지만 3개월이 3년같이 느껴졌어요. 촬영이 새벽까지 이어지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보수도 정말 적었거든요.

선택하는 것마다 잠을 재우지 않는다.


아. 그래서 결국 첫 진로는 건축 쪽으로 택했던 걸까요

그때 저 어시스턴트를 그만두고 나서 바로 DMP에서 인턴을 했는데, DMP에서 일을 하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했어요. 역시 건축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건축을 일단 해보기로 했어요. 어찌 되었든 전공이고, 5년이라는 시간을 쏟은 분야였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은 어땠어요?

사실 전 조금 힘들었어요. 우선 제가 실무도 설계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던 가아 건축에서 현상설계를 주로 했는데, 지어질지도 확정되지 않은 건물을 밤새워가면서 계획해야 하는 시스템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발표를 하기 위해 열심히 꾸며서 완벽한 상태로 짠 하고 보여주는 과정도 힘들었고요. 심지어 당선이 되면 이 많은 노력들이 모두 사라지고, 처음부터 새로 설계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졸업작품, ⓒ2015 연세건축전 '건축만찬'


그래서 BIM 회사로 경로를 바꾸게 된 걸까요?

네 맞아요. 차라리 스킬적인 부분을 키워서 기술자의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는 게 나와 더 맞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같이 운동을 다니던 지인이 새로운 직장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곳은 실무에서 레빗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아 그 부분이 마음에 든 이유가 궁금하네요.

정말 깊숙하게 BIM을 적용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사무실들은 업무효율 때문에 레빗을 아예 쓰지도 않는 곳들이 훨씬 많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배우려고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타이밍도 잘 맞았었고요.


그래서 스킬 적으로 만족스럽게 익힐 수 있었나요?

음 오래 다녔다면 아마 그렇게 되었을 거예요. 거기 있던 당시 과장님이 프로그래밍까지 직접 배워서 명령어 만들 정도로 레빗 장인인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4개월 정도 다니니 제가 그냥 건축이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또 들더라고요.


졸업하기 전에는 건축이 재미있었는데, 왜 일을 하며 건축과 거리감을 갖게 되셨던 걸까요?

생각보다 너무 할 일이 많다? 학교 다닐 땐 디테일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설계를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실무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서 맞춘 뒤, 결국 현장에서는 다르게 나오는 것이 덕지덕지 덧바르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건축의 스케일이 갖고 있는 성격과 맞지 않았던 것 같네요. 많은 부분에서 계획과 다르게 되는 것들이 계속 괴롭혔던 거군요.

맞아요. 제 성향이랑 좀 맞지 않았던 거죠. 저는 좀 더 작은 거를 꼼꼼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건축은 스케일이 너무 크다 보니 그게 불가능하더라고요. 사실 당시에는 그저 힘들었는데, 이후에 두 곳의 설계사무소를 더 다니고 나서야 확신하게 된 거긴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son of love라는 가방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때는 그냥 충동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언젠가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게 어떤 분야일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당시 회사를 다니기 너무 싫고 지금 내가 회사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때, 불현듯 학생 때 관심 있던 패션이라는 분야가 떠올랐어요.

우리가 들고 다니는 것들도, 결국 이 과정을 거친다


진짜 대단해요. 처음 시작이 진짜 어려웠을 것 같은데. 새로운 분야는 정말 막막하잖아요.

원래 가죽공예를 취미로 하기도 했거든요. 처음에는 핸드메이드 지갑 같은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일단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그나마 가방이 비전공자에게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가방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던 거죠.

son of love 첫 지갑 라인업 ⓒsohn


가방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시작할 때 어떤 사업적 감각이 그때는 전혀 없었거든요. 첫 가방을 내놓기까지 1년 정도 걸렸지만 출시하고 반응이 좋았고, 초도 물량은 솔드아웃을 시켰어요. 그런데 제품 디테일이나 원가, 마진 같은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가방을 단종시켜버렸어요. 그때의 그 반응을 조금씩 키우며 브랜드를 운영했어야 했는데.

ⓒsohn 

son of love 운영 당시 고객 반응이 좋았던 포치백 porch bag, 첫 사업을 했던 사람의 실수가 담긴 비운의 첫 가방이다.


결국 건축 때부터 오던 완벽주의가 그때도 발현되었던 거네요

그걸 이렇게 포장을 해 주시네요. 그런데 어쩌면 맞을 거 에요. 그래서 그 이후로 수익구조도 더 좋게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대까지 맞추다 보니까 가방 퀄리티가 뚝 떨어지더라고요. 퀄리티도 떨어지고, 가죽도 더 좋지 못한 걸 쓰게 되었죠.


하지만 결국 앞서 가방을 단종시킨 이유와 같은 문제가 생겨버렸어요.

제가 son of love라는 이름으로 3년 정도 운영을 했어요. 제 마음에 전혀 들지 않은 제품이 나올 때 깨닫게 되었어요. 세상에 정말 많은 가방이 쏟아져 나오고 있구나, 내가 굳이 여기에 보태서 무언가 만들고 있던 거구나. 한 6 시즌 정도 신제품을 내놓고, 3년 정도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수입이 떨어질 때쯤 다시 설계사무소에 취직을 하게 됐어요.

작업의뢰서, 이 과정을 여러번 거치면 제품이 되어 나온다.


그렇게 다시 설계사무소에 돌아가니 어땠나요

그때 친구의 소개로 설계사무소에 들어갔는데, 모두 좋은 분들이었고 현상 설계도 아주 가끔 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모든 설계사무소를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분명 저와 맞는 어떤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국, 건축 자체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걸까요.

네. 한 군데를 더 다니고 나서야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Son of love 사업을 중단한 뒤 첫 사무소에 6개월 다니고 이후에 작품이 마음에 드는 사무실로 또 이직을 했어요. 그곳까지 1년 좀 넘게 다니고 결국 그걸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이 곳에서 모든게 계획대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건축가라는 직업과 작별을 한 거군요

네. 사실 덕분에 결론을 낼 수 있게 된 거죠. 그래도 내가 더 좋은 과 포기해가면서 선택한 전공이고, 학교 다닐 땐 재미있게 했는데 미련 없이 이별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돌고 돌아 결국 지금 새로운 브랜드 sohn을 론칭했어요.
새로운 브랜드와 son of love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sohn  은 마지막 설계사무소를 다니던 작년에 시작한 브랜드인데요. son of love 때 후회했던 것들을 보완한 브랜드예요. 비록 가격이 높더라도 좋은 소재로, 퀄리티 높게 만들자.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가방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만든 브랜드예요. 지금은 또 처음의 목표와 조금은 다르지만요.

crochet tote bag, ⓒsohn 


이번 결과물들은 만족스러운가요?

sohn이라는 이름으로 첫 가방을 만들 때 처음으로 프로모션 업체 없이 직접 생산 과정에 모두 관여를 했는데, 제가 정말 원하던 느낌의, 퀄리티도 높은 가방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가죽 로스가 40%에 육박하더라고요. 40%면 가죽을 한 장 쓰면 그중 거의 반을 버린다는 거예요. 좋은 결과물을 포기하는 건 아쉬웠지만, 결국 소재를 천으로 바꾸고 천을 엮어 만드는 작업방식으로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boston standard (tobacco)  ⓒsohn 



제가 패션은 전혀 모르지만, 천을 엮어 만든 가방을 많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직접 고안한 방식인가요?

그런 제작 방식을 제가 완전히 직접 고안한 것은 아니고, 저는 이불을 잘라 만든 러그를 보고 응용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식으로 가방을 만드는 곳은 몇 군데 더 있어요. 하지만 널리 통용되는 제작방식은 아닌 것도 사실이에요.


다행히 그래서 이 작업방식으로 sohn의 특색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원단도 남김없이 쓸 수 있는 방식이어서, 기존에 생각했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돌고돌아 도착한 현재 모델들 ⓒsohn 


결국 돌고 돌아온 지금의 제품과, 브랜드는 만족스럽나요?

아직 만족스럽기 위해서는 한참 남았어요. 그래도 이 방식으로는 내가 흔들리지 않고 오래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는 뭐든 남기는 거를 싫어하는데, 원단을 남김없이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남은 재고 원단을 이용한 제품도 선보이기 위해 계속해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현대사회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대부분의 경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친환경이 sohn 혹은 제 삶의 방향성은 아니지만, 제가 만드는 것들은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세상에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거든요. 죄책감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싶어요.


정말 오랜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의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으로 마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계획은 지금 편집샵 두 군데에 입점해 있거든요. 우선 다음 주 납품을 무사히 마치고 싶고요.


목표는 정말 많은데, 하나로 통합을 하자면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부모님께 빌붙어 살고 있고, 작업실도 따로 없어요. 솔직하게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방황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안정화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작업실과 쇼룸도 마련하고 싶어요. 결국 모두 일을 지속하는 힘을 갖는 것이네요.


우선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어야 모든 제 꿈같은 의미부여가 가능해지고, 나중에 좋은 목표도 이루고 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이번 브랜드로 오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제 목표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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