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동문인터뷰

삶의 아쉬움을 절묘하게 해결해주는 비광, '94 양수인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gmail.com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건축과에 입학하면 누구나 한 번쯤, 설계사무소 소장을 꿈꾼다. 막연하게 "나중에 뭐 내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한 학생이, 20년이 지난 지금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절묘한 순간 빛이 나는 비광처럼, 클라이언트의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는 설계사무소 "삶것"의 양수인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것 웹사이트 바로가기 여기


고스톱에서 비가 있는 삼광(三光)은 2점이다. 
비광은 중요한 순간 항상 절묘하게 문제를 해결해준다.




삶(Life), 것(Things)

자기소개 부탁한다.

양수인. 94학번이고, 삶것(Lifethings)이라는 직원이 10-15명 정도 되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설계사무소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들었을 때 생소해서 기억에 잘 남고 몇 번 곱씹어보면서 이해되는 이름을 작명하길 즐긴다.


삶것이라는 이름이 확실히 생소하긴 하다. 구체적인 의미도 알려줄 수 있나

‘삶’은 클라이언트의 삶과 삶의 터전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설계는 예술적인 차원이 분명 있지만 대단한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자기 돈 내고 자기 건물 짓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사람의 삶(혹은 삶의 터전)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것’은 꼭 건물만 짓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클라이언트가 왔을 때, 그 사람은 어떤 상황이 맞춰지길 바라며 나에게 찾아오는 건데, 그 해결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건물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프로젝션 맵핑이나, 디자인 오브젝트 등 여러 차원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설계사무소 소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건축가는 개인적인 시간이나 일생을 희생하며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배워왔다. 우리 직원들에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금전적, 육체적, 정신적인 밸런스를 맞춰 주려는 욕심이 있다. 건축가도 인간답게 저녁에 데이트도 하고, 주말에 골프도 치면서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대학생 시절 기억에 남는 학교 활동이 있을 것 같은데 말해주면 좋겠다.

건축과 동아리 ‘형’의 회장이었다. 선후배들과 작업도 같이하고 졸업하신 선배들이 챙겨 주신 덕에 전시도 많이 했다. 졸업하고 꽤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오면 항상 기분이 좋고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주고 싶은 곳이다.


학생 때도 설계를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설계는 꽤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다고 학점을 잘 받는 건 아니더라. 하지만 항상 언젠가 개인 설계사무소를 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주변에서 내 나이까지 본인의 설계 사무소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본인의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긴 기간의 숙원사업을 수행한 셈인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는 노하우가 있나?

나는 원대하고 큰 목표는 없지만, 근시안적이고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근시안적인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엄청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러면 졸업 시점의 근시안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나

당시에 그냥 군대를 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아까웠다. 당시 병역특례로 건설회사를 다닐 수 있었고, '나는 평생 설계를 할 사람이니 이왕이면 병역특례로 군대를 가자'고 생각했었다.


모두가 탐낼만한 위치 아닌가. 경쟁이 치열했을 것 같다.

당연하다. 당시 건설회사 병역 특례를 가기 위해 건축기사, 안전기사, 토목기사 3개를 다 취득한 친구도 있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당연히 근시안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결국 어렵게, 어렵게 건설회사에 들어가서 3년간 병역 특례를 했다.


그렇다면 유학은 병역 특례 당시의 근시안적 목표였던 건가?

그렇다. 병역 특례가 끝나면 콜롬비아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목표를 정했다. 유학은 꼭 가보고 싶었고, 동시에 도시, 건축을 다룰 사람이라면 대도시에서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 파리, 런던 학교들을 알아보던 중에 당시(90년대 말)에 인터넷을 통해 학교의 작업 스타일을 볼 수 있는 학교는 콜롬비아가 유일했다. 그땐 그 결심이 워낙 확고해서 콜롬비아만 지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하는 생각도 들지만…



건축가는 어? 하면 아! 하는 사람

건축을 공부하며 배운 건축가의 중요한 자질이 있나

커뮤니케이션 스킬. 일단 건축가는 꼭 건물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콜롬비아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칠 때도 이 부분을 가장 강조했다. 외국에서는 특히 미국 실무에서는 건축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실제로 실무에서 건축전공이 도움이 되는가

외국에서는 설계사무소가 아닌 직종에서 ‘Trained as an Architect’라는 구인 공고가 꽤 있다. 이는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아울러 가며 업무를 진행하는 소통 능력을 인정받고 원하는 것 아니겠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건축주와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소심한 편이라 남을 휘어잡고 이러질 못한다. 게다가 건축주가 자기 돈 내고 그렇게 짓겠다는데 내가 굳이 “아닙니다. 이 건물(공간)은 이렇게 지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폭력적이고 직업윤리 상 맞지 않은 것 같다. 건축주와의 조율이 잘 이뤄져 일할 때 서비스업으로서 기쁨이 있다. 물론 건축주와 마음이 맞고 어떤 부분을 설득했을 때 신뢰를 얻어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건축주에게 필요에 의한 그에 맞는 건물을 제공하는 것이니까.


꼭 건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건물이 아닌 다른 작업은 비교적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공공조형물은 더 그런 것 같다. 조형물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에 대한 설득 과정이 거의 없다. 비교적 업무적으로 효율적이며, 다양한 일을 다변화해서 작업하는 게 재미도 있고.


이전 인터뷰이인 박도권 동문이 ‘원심림’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가 양수인을 접했다고 한다. 어떤 프로젝트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참고: 인턴에서 대표까지 간 사람이 있다? 
40년간 한 우물만. 굴착왕 '78 박도권  여기 ☜


원심림 발표 자로 중 발췌, 모든 프로젝트는 결국 문제를 정의하는데서 시작된다


개인적인 애정이 느껴지는 프로젝트 같다

디자인이나 건축 작업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봤을 때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 같다. 핵심적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나면 해결방법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원심림은 문제 정의를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이다.


건축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렇다. 건축주와 작업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건축주가 본인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그 이야기들 중에 가장 핵심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해야 시간 낭비도 안 하고 건축주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수익률도 올라가는 것이다.



건축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주는 방법

앞서 건축주에게 특별히 강요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 직원의 밀고에 의하면 설계하는 건축물마다 재미있는 요소를 꼭 하나씩은 넣는다고 들었다. 건축주를 설득하는 노하우가 있나.

모든 건축물은 아니다. 재미있는 요소를 넣으려고 시도하다가 “이번에는 그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로 만족하자.” 하고 포기한 작업들도 굉장히 많다. 이런 작업도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니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넣고 싶을 때면 항상 건축주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거부할 수 없는 명분?

건축주 입장에선 대부분 실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를 테면 이건 평창동의 한 갤러리 겸 주택이다. 갤러리와 주택은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계단실이 따로 있어야 한다. 주택과 갤러리의 계단실이 각각 따로 배치되면 그 면적이 꽤 많이 차지하게 될 프로젝트였다.

2개의 서로 다른 계단이 서로 엉키며 면적을 반으로 줄게 마법


결국 이렇게 합쳐진 계단실이 이 프로젝트의 전부이다. 계단실 하나의 공간 안에 주택이랑 갤러리의 계단이 모두 들어갔다. 두 계단실을 한 공간에 배치시켜 20평의 연면적을 아껴주었다.


자신의 재미와 건축주의 실리 모두 챙긴 것 아닌가

그렇다. 나에게 건물의 건축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요소는 분리된 공간의 두 계단실을 어떻게 교차시키느냐 였고, 건축주에게 제시한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은 공간 효율이다. 비록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 대부분 면적이나 비용적인 측면으로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건축가로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규칙이라는 생각을 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봐도 모델이 참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특별한 구석이 있는 모델 만들기를 좋아한다. 이것도 열댓 번은 만든 것 같다. 이왕이면 두 계단실을 붙일 때 촥촥 소리가 나길 원했다. 건축주 아저씨 입장에서도 그냥 형태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소리가 날 때 더 재미있어할 것 같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건축적으로 재미있는 요소인 것인가

직업적으로 설계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의 작업 중에 건축이라 부를 수 있는 건 굉장히 한정적인 것 같다. 사실 건축주는 나에게 건축보다는 건물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렇다면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 안에서 내가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여지를 만들어 놓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 건축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항상 근시안적 목표를 정한다고 했는데, 요즘의 근시안적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설정한 근시안적 목표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니 운영하는 유형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더라. 하나는 직원 한 두 명이랑 건축 장인처럼 주택 문고리까지 디테일하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수의 직원과 대부분 기업 클라이언트의 일을 하는 방식인 것 같다.

우리는 어중간하게 그 사이에 있어서 고생을 좀 했다.


그러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 둘 중 어떤 모델을 선택했나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3년 전부터 서서히 기업 클라이언트의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물론 마음먹는다고 갑자기 기업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두니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무의식적으로 목표에 가까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는 대부분 기업 클라이언트의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수익률의 3-4배 정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 그리고 처음에도 말했지만, 우리 사무소 직원이 “야근해서 데이트 못해” “주말에 일해야 해서, 돈 없어서 골프 못 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설계사무소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수익률을 많이 많이 올려야겠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 50 제1공학관 D301호
Tel : 02-393-4668  |  Fax : 02-365-4668
E-mail: ysarch@yonsei.ac.kr

Copyright ⓒ 연세건축 총동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