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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08 김한주

인터뷰 내내 "나 같은 사람도 이런 거 해도 돼?" 라는 질문이 난무했다.

매번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혹은 매번 새로운 시련이 올 때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며 주제파악을 하고 산다는 젊은 CEO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 자신을 알고 싶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사업의 길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08학번 김한주라고 한다. 4학년까지는 분명 재미있게 설계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설계에 대한 회의감들이 들었다. 그래서 졸업 이후 2-3개의 회사들을 다니고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왜 설계에 시들해 졌나?

친구들과 작업실을 만들어 운영한 후 작은 의심이 생겼다. (뒤 이야기에서 자세히) 그래서 돌연 휴학 후 세계여행을 갔고, 돌아온 이후 대형설계사무소에서 인턴을 했다. 설계를 공부하며 항상 초반에 생각하는 파트에서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 단계에서는 항상 어려움이 있었고 심지어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하물며 실무에서는 그런 어려움이 더욱 두렵게 느껴졌고, 조금 더 작은 스케일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졸업 이후 다른 일은 무엇을 했었나?

건축을 그만둔다고 생각했을 때, 막연하게 내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또 막연하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 고민없이 광고회사에 2년정도 다녔다. 그리고 사업을 배우기 위해 작은 수제여성 구두 회사에서 일했다.


그곳에선 무슨 일을 했나? 

대부분 제품 검수작업을 했다. 수제화 구두 공장에서 제품을 가져오고 하자를 체크하고, 수출되는 물량을 정리하는 유통관련 된 잡일을 도맡아 했다. 사실 5년제 다니며 남은 재능이 손을 쓰는 재능만 남았는데 다행히 그곳에선 이 기능이 쓸모가 있었다. 그 곳에서 공장들을 돌아다녔던 경험 덕에 제조업을 하고 싶은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그러던 중 무심코 지원했던 국가 지원사업에 덜컥 선정되며 사업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친환경 디자인 소품인 재사용 실리콘 빨대를 판매하고 있다.



결국,
내 주제파악부터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인가?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제품 디자인, 제작, 유통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광고대행을 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대행이라는 일이 조금 생소하다.

처음 제품을 만들고 보니 끝이 아니었다. 이제 판매를 해야 했다. 그래서 여러 유통채널을 알아보다 온라인 판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더듬더듬 배워 나갔던 일이다. 나 역시 당시엔 생소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혀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1년쯤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광고비를 사용할 때쯤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이 되어 다른 분들의 제품판매도 도와주고 있다.


그래도 4학년까지는 설계를 할 생각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설계를 열심히 했나?

당시에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친구들과 응암동에 건축 토론을 위한 작업실을 만들었다. 공간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공간을 직접 만들고 소유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왜 다른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끝까지 파고들자”는 생각으로 1년간 매일같이 모여 싸웠다. 매일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모두 몰두해 있었다. 그런데, 이 기간이 어쩌면 설계를 하는데 자신이 없어지는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주제파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작업실을 운영하던 만들던 시절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매번 누군가를 말로 설득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설득이 어렵지? 이 당연한 것들을 왜 이해 못하지?’ 계속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알았다.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목표가 같은데, 취하는 방법과 행동이 구성원 모두 달랐다. 그 전까지는 어떤 원칙과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내가 생각하던 원칙이나 정의가 다 안일하게 규정된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했던 목표가 사라지니 의욕이 사라지고 허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만큼은 최대한 내 생각대로 밀고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엔 건축은 나에겐 너무 큰 규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결국 누군가를 설득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어떤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을 했고, “*빨대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두 번째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 덕분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무사히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은 성취라고 생각한 것도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 경험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내 능력치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을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이 일 내가 감당할 수 있나?” 

지금도 매일 나에 대해 검증하고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나?

그럴리가. 주제파악부터해야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


동문회 얘기를 하려고 한다. 졸업한지 몇 년이 되었나? 

2016년 2월에 졸업했으니 내년이 시작되면 6년에 접어든다. 만 5년정도 되었다.


동문회에 참석해 본적이 있나?

없다. 내가 그곳에 있는 것이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서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다. 그런 곳은 지웅이나 성욱이 같은 인싸들을 위한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그곳에 앉아서 선배님들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쉬워져서 인터뷰하고 있나?

선배들을 만나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후배중 누군가는 나와 같이 재야에 묻혀 물어볼 사람도 마땅히 없어 답답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혼자 네이버, 구글을 헤매는 어린양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고, 어린양들이 선배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로 니가 하라고 했잖아.


그러면 어린양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제일 어린양이고 다들 나보다는 잘 살고 알아서 잘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혹시 만약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한데 어디 물어봐야 될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너무 오래 헤매지 않길 바란다.

선배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외면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누가 날 필요로 하면 기분이 좋지 않나.



마지막으로 요즘 고민이 있다면?

음. 누군가가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직접 무언가를 할 때보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그 일을 할 때 결과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많은 부분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위치지만, 언젠가 성장을 통해 좋은 자리에 적합한 사람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적으로 내가 스스로 자립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가 자립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는. 계속 이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일단 열심히 해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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