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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보니 팀장. 10 김지은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gmail.com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내 허리 아파 낳은 자식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10학번 김지은이라고 한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뜰리에에서 8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dmp로 이직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설계 일을 한지 얼마나 된 건가?

만으로 5년이 다 되어간다. 흠 세월이 참 빠르군.

아 젊음이여


아뜰리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공모전을 같이 하던 친구들의 소개로 한 아뜰리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 아뜰리에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기도 했기에 큰 고민 없이 일단 일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뜰리에에선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일단 구성원이 소장님과 나 두 명이 전부였다. 때문에 모든 업무를 가리지 않고 처리해야 했다. 가장 처음 투입된 프로젝트가 소규모 건축물의 건축주 직영공사에 건축가가 대리인으로 공사까지 진행하는 상황에 있었다. 현장으로 출근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공사할 부분을 실측하고 도면을 수정해가며 공사를 진행했다. 현장에 설치할 기구를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직접 사다가 옮기기도 했다. 현장과 밀접하게 움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현장에 대한 이해도는 커졌던 시기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


8개월 후에 이직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아뜰리에에서 배우는 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직원이 나 혼자이다 보니 많이 외로웠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라면 수월하게 일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이직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나름의 기준이 있었나?

큰 회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큰 회사였나?

당시에 아뜰리에는 아무래도 대표 건축가의 디자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많은,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말동무가 있어서 여러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상황도 필요했다.

일도, 식사도 여럿이 하고 싶었다


결국 dmp로 이직에 성공한다. 처음 큰 회사에 간 느낌은 어땠나?


좋았다. 우선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더 많이 나오고 하니 행복했다.


dmp에 들어가보니 어땠나.

첫 해에 했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으로 성수동의 지식산업센터가 있다. 클라이언트가 시행사 하나에 건설사 두 개로 총 세 업체가 같이 개발을 했던 프로젝트였다. 당시 세 개 회사 모두 따로따로 회의를 갖길 원했다. 덕분에 1주일에 회의가 항상 3개 이상 잡혔다. 심지어 회의 후에는 항상 빠른 피드백을 원하고, 프로젝트 진행은 계속 해야 하고, 심의/허가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 photograph 윤준환 작가


결국 이 곳에서도 쉽지만은 않았다.

이후에도 주로 시행사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저층부는 판매시설에 고층부는 오피스나 호텔인 그런 건물들. 쉽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이런 프로젝트의 장점도 알게 되어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다. 빠르고 싸지만 무조건 지어진다.


dmp에서 일한지도 4년이 되어 간다. 어떤 느낌인가.

그렇다. 열심히 하다 보니 큰 회사에서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휘해야 하는 상황도 주어지더라. 매일매일이 나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느낌이지만, 그 전에는 뒤에서만 보던 일들을 내가 직접 하게 되어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또 그 덕에 빠르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빠르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게 어떤 건가?

나에게 책임이 주어지니 절박해졌다. 절박해지니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혼자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협력사와 대화를 할 때에도 뭐 라도 알아야 말이 통할 거라는 조급함이 자연스럽게 나를 학습시켰다.


보통 대형설계사무소에 가면 하는 일만 한다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운이 좋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입사 전에는 대형 설계사무실에 가면 화장실 타일만 그리는 식의 공장의 부품 같은 일을 시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은 본적이 없다. 다른 데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다.


dmp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회사 자랑을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능력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디자인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디자인의 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봤다. 또 좋은 디자이너들과 일하는 것이 좋은 취향을 갖게 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말 좋다.


특히 회사의 DP(Design Principal)중 한 분인 ‘피터 최’ 부사장님과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다보니 디테일을 대하는 태도와 보는 눈이 굉장히 높아졌다. 설계 디테일에서도 디자인 철학과 고집을 관철하면서도 클라이언트의 의견까지 반영하는 모습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프로는 이렇게 일하는구나. 이런 것들.

이화여자대학교 연구협력관 ⓒ photograph 윤준환 작가

열심히 한 자에게 상은 덤이다.


지금 회사를 나와도 개인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나?

하하. 아직은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지만, 2-3년 안에는 가능한 상태가 되고 싶다.


대형설계사무소를 다니던 분들의 경우 대부분 개인사무소를 차리는 것에 대한 확신이 아뜰리에를 다니던 사람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데 사실인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모르겠다. 나는 막막함이 있더라. 일단 아뜰리에와 대형설계사무소가 다루는 규모가 많이 다르다. 대형설계사무소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다가 갑자기 개인사무소에서 혼자 수주하고, 법규 검토도 하고 하는 일들이 꽤 부담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일감을 수주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 아니겠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하고 싶은 일들은 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이렇다 보니.

이제 곧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다.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내가 정말 많은 시간을 쓴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 완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이상할 것 같고 시원섭섭할 거 같다. 그래도 이제 내가 낳은 내자식이 나오는 거다(?).

그러면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길 것 같다. 센터포인트 명동, 김지은 팀장이 허리 아파 낳은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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